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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친환경 인증 취소…피해농가만 는다

자연들농식품인증원 2023. 2. 17. 16:40

 

행심위, 인증취소 처분 뒤집어
친환경 농가 첫 승소했지만
유기인증 복원은 ‘산 넘어 산’


제주에서 18년간 감귤을 재배한 김영란 농가가 친환경 유기인증이 부당하게 취소됐다며 제기한 행정심판에서 승소했지만 여전히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행정심판 결과에도 인증기관이 인증 회복은 어렵다고 맞서고 있어서다. 농가에선 피해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는 계획인데, 결국 농약 검출 유무만 따지는 현재 규정을 바꾸지 않으면 이런 피해는 계속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건은 지난해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씨는 재배한 감귤에서 농약이 0.082ppm 검출되면서 제주대학교 산학협력단(인증기관)으로부터 지난해 8월 친환경 유기인증 취소 처분을 받았다. 현재 규정으로는 자신이 뿌리지 않았더라도 농약이 농산물에서 0.01ppm(0.1kg/mg) 이상 검출되기만 하면 친환경 유기인증이 취소된다. 

그는 “제주 친환경유기협회장을 역임한 남편도 재배한 귤에서 농약이 0.012ppm 검출되면서 2년 전에 인증이 취소됐다”며 “남편 필지에 이어 내 귤밭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자 이해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어서 행정심판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씨가 인증기관을 상대로 한 행정심판에서 승소할 수 있었던 건 ‘절차상의 문제’다. 그는 자신의 농산물에서 농약이 검출되자 시료를 채취하고 다시 심사할 것을 요청했지만, 인증기관에선 기존 검사과정에 오류가 없다며 거부했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인증기관이 농가에서 요구할 수 있는 재심사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면서 김씨의 손을 들었다.

그러나 김씨의 사정이 바뀐 건 없다. 행정심판 결과에 대해 ‘해석’의 차이를 보이고 있어서다. 김씨는 “행정심판에서 인용한 대로 적법한 과정을 밟지 않아 검사 자체가 무효인 만큼 친환경 유기인증을 당장 돌려 달라”는 입장이지만, 인증기관은 “절차와 농약 검출은 별개의 문제”라고 주장하며 인증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 농약을 뿌리지 않았다는 것을 농가가 소명해야 인증 회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김씨는 “재심사에선 농약이 안 나와 친환경 유기인증이 취소되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 인증기관이 제대로 된 절차를 밟지 않아 발생한 피해를 오롯이 농민이 져야 하냐”며 손해배상청구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잔류농약 기준 규정 탓 무고한 피해자 생겨…2021년 인증농가 7% 피해

 

이처럼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친환경 단체에선 잔류농약을 기준으로 하는 규정을 바꿔야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다고 지적한다. 지금처럼 농약만 보는 결과 중심의 검사 방식으로는 무고한 피해자가 계속해서 발생하는 만큼 친환경 농업을 확산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인증 취소 처분을 면하려면 사용하지 않은 농약이 어떻게 들어왔는지 피해자가 직접 입증하도록 한 현재 규정을 따르기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같은 이유들로 행정처분에 의한 친환경 농산물 유기인증 취소는 △2019년 2422건 △2020년 2479건 △2021년 3968건으로 매년 늘고 있는 추세다. 특히 2021년엔 전체 인증 농가 중 7.1%가 취소 처분을 받았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는 관련 법인 친환경농어업 육성 및 유기식품 등의 관리·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을 일부 개정키로 하고 22일까지 의견을 받고 있다. 하지만 쟁점사항인 검사 기준 변경은 빠진 채 농약 재심사를 거쳐야 하는 규정만 고시하도록 하는 등 원론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이를 둘러싼 진통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검사방식 개선 요구 커지지만 농식품부는 “어렵다” 입장 고수


최규일 농식품부 친환경농업과 사무관은 “검사 방식을 바꾸면 친환경 농산물엔 농약이 없다는 소비자 인식과 배치될 것으로 우려돼 현재로선 친환경 단체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4월 중으로 관련 법 개정안을 발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친환경 단체에선 농가를 옥죄기보다는 실생활과 동떨어진 친환경 농산물 인식을 개선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영기 친환경농업협회 교육국장은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공전 국가식품안전기준에 명시돼 있는 일반 식품 농약 기준은 친환경 농산물보다 50~100배 나와도 괜찮은 것으로 돼 있다”며 “이는 해당 식품을 섭취해도 우리 몸에 문제가 없기 때문인데, 공기와 토양은 이미 오염돼 있어 유럽이나 코덱스에선 친환경적이냐로 적법 여부를 따지는 반면 우린 유독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영진 기자 choiyj@agrinet.co.kr / 2023.02.14.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http://www.agrinet.co.kr)